부패한다는 것 - 박순호 간혹 공기에는 억울한 정령이 섞여들어 칼과 함께 흘러 다닐 때가 있다 촉수가 달린 칼은 누군가의 죽음이 전달되는 순간 급류에 휘말리는 배처럼 빠르게 다가와 집도한다 죽음이 다른 죽음을 보지 못하도록 죽음으로부터 죽음이 발뺌하지 못하도록 눈알부터 노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하게 진행된다 먼지 한 톨 일으키지 않고 정해진 시간 안에 오직, 하나의 정신과 집중력으로 그림자까지 한 칸씩 발골(拔骨)한다 풀숲에 개 한 마리 엎드려 있다 미동조차 없는 개 옆으로 풀줄기가 흔들리고 금파리 떼가 윙윙거린다 결국 생의 무게는 엎드린 채 살과 장기와 가죽 순서대로 순번을 어기지 않고 차례로 풀어지면서 바닥이 된다 부패는 한쪽으로 치우친 무게를 덜어낸다 죽음 이후의 대답은 소스라칠 만큼 간단명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