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을 왜 긋느냐고 묻는 아이야 - 안태현 내 가방엔 매일 빵과 달팽이와 알약과 술병이 넘친다 잘 닦인 거울처럼 비춰보고 싶은 것들이 넘칠 때가 있다 사랑니든 실핏줄이든 무엇보다 네가 왜 있느냐고 물었던 내 이마의 주름에 안개꽃이 지나갈 때 생각의 숲에 들어가 처음 보는 새의 가장 맑고 고운 목소리를 보란 듯이 찜해둔다 이만큼 왔으니 내 삶의 태반은 눈 둘 곳 없는 기다림이었으므로 어디 밑줄 하나 남아 있을까 자작나무 하얀 목덜미 같은 고백 한 구절 누구든 집어가라고 꺼내놓을 수 있을까 *시집/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상상인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 안태현 어딘지 모를 지금에 이르러 사랑을 잃어버리고 뒤돌아보는 법도 잊어버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밤이다 가끔 어둡게 걸었던 길이나 떠올리면서 생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