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行 30

청와대 봄 풍경 - 견학

청와대 견학을 다녀왔다. 새로 뽑힌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완전 개방을 한다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있을 때 가니 마음이 훈훈해졌다.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건 없겠으나 문대통령 퇴임 전에 청와대를 보고 싶어 올해 초에 예약을 했다. 예전에 청와대는 근처에만 가도 검문을 심하게 했다. 청와대와 가까운 부암동에 오랜 친구가 살고 있어 잘 안다. 문통 재직 시절에 청와대 앞길도 24시간 완전 개방을 했다. 그전에는 청와대 앞길도 민간인은 아무 때나 지나 갈 수 없었다. 각종 야외 행사가 열리는 상춘재 잔디밭 녹지원이다. 뒤에 보이는 한옥이 상춘재다. 주로 외빈 접견 장소로 쓰인다. 예전의 청와대인 경무대가 있던 자리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정희, 전두환까지 여기서 집무를 보았다. 경무대 자리가 명당이..

여섯 行 2022.04.16

기상박물관 벚꽃 개화 구경

해마다 3월 초중순쯤 벚꽃 개화시기를 가늠해 본다. 제주를 시작으로 북상을 하니 서울은 당연 늦게 피는 편이다. 오늘 서울에서 벚꽃이 정식 개화를 했단다. 그 기준은 송월동 기상청 벚나무다. 나이 먹으니 말이 많아지고 좀스러워진다. 난데 없는 호기심으로 생전 안 하던 짓을 했다. 송월동 벚꽃 개화가 과연 표준인지 확인하고 싶어 기상박물관을 갔다. 예전에 교육청에 볼 일이 있으면 가끔 가던 곳이다. 바로 교육청 뒤에 기상박물관이 있다. 지금은 기상청이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그전에는 여기가 중앙관상대였다. 어렸을 때 라디오에서 일기예보를 해주던 김동완 선생의 정겨운 목소리가 생각난다. 그 기상대 건물을 허물지 않고 잘 보존해 박물관이 되었다. 벚꽃이 절반은 피었겠지 했는데 이제 막 봉오리가 맺기 시작했다. ..

여섯 行 2022.04.02

1박2일 전주 여행, 주로 뒷골목

전주라는 도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대도시인데도 위압감이 들지 않고 정감이 있다. 어쩌면 도시 외관보다 내면의 문화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거다. 어느 장소를 목표를 세워 놓지 않아도 되는 곳이기도 하다. 터미널 나와 바로 풍남문으로 향했다. 그곳은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눈이 심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풍남문은 동그란 로터리 안에 있다. 풍남문을 바라 보며 쉬엄쉬엄 한 바퀴를 걷고 전동성당을 갔다. 전동 성당은 늘 여행자들로 붐빈다. 성당을 잠시 돌아보고 경기전으로 갔다. 풍남문 주변에는 각종 기념상들이 있다. 그 주변의 길이다. 번화가인데 아침이어서 무척 한가하다. 공중화장실을 보면 그 도시의 품격을 알 수 있다. 예술의 도시답게 잘 정돈된 화장실이다. 각종 기념관을 들렀다. 판소리 기념관에서 타계한 오..

여섯 行 2018.10.02

버스로 간 섬, 고군산군도

30년 전쯤에 선유도를 처음 갔다. 섬을 좋아해서 두 번 갔다. 군산항을 아침에 출발한 배는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를 차례로 들렀다. 당일치기가 불가능한 여행길이었다. 가기는 불편했지만 민박집에서 파도소리를 듣던 시절의 여행이 진짜 여행이다. 언젠가 그 섬들에 다리가 놓였다. 선유도는 이제 섬이 아니다. 섬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비응항으로 갔다. 선유도 가는 2층 버스다. 1시간에 한 대씩 있다. 조망을 위해서 1층 맨 앞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새만금 방조제를 씽씽 달려 신시도에 닿는다. 선유도에서 내려 자전거를 빌렸다. 자전거를 타고 제일 먼저 버스 종점인 장자도를 갔다. 다리 위에서 본 주변 풍경이 일품이다. 자동차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보인다. 물과 간식과 지도가 든 배낭을 싣고 참 여..

여섯 行 2018.09.30

1박 2일 군산 여행

군산은 여러 번 갔던 도시지만 갈 때마다 새롭다. 터미널 건물 2층에 있는 다방도 그대로다. 스타벅스 커피 마시면 세련된 것이고 다방 커피 마시면 구닥다리인가. 군산의 변하지 않는 모습처럼 다방 커피의 맛도 그대로다. 시외버스 터미널 가까이 고속버스 터미널이 있다. 반면 군산역은 한참 떨어져 있다. 어느 도시를 가던지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깔끔하고 세련된 것보다 오래 되고 낡은 것들이다. 점점 짧아지는 가을 해가 어느덧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제일 먼저 경암 철길 마을로 갔다. 이곳도 가을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교복을 입고 옛날로 돌아가 본 커플이 정답다. 군산기점,, 이 간판이 무슨 뜻인지 잠시 생각했다. 각종 깃발을 파는 가게라는 뜻이다. 저물어 가는 포구를 찾았다. 군산항은 좀 더 내려가야 나..

여섯 行 2018.09.28

장항을 가다

장항은 서천군에 속한 읍인데도 서천보다 더 많이 알려진 지명이다. 기찻길 종점이어서 노선도 장항선으로 불린다. 장항을 여러 번 갔다. 기차로도 버스로도 종점은 늘 장항이었다. 좋아 하는 도시 군산을 갈 때도 장항에서 내려 바지선을 타고 건넜다. 장항은 번성했던 흔적을 안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곳이다. 이번의 장항 여행은 딱히 갈 곳을 정하지 않고 정처 없이 천천히 걷기로 했다. 뒷골목에 들어 서자 가을이 자리를 잡기 위해 서성거리는 중이다. 익어 가는 어느 집 대추나무가 가을을 맞기 위해 담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번창했던 시절 화물을 실어 나르던 기찻길이다. 장항 거리 곳곳에 이런 폐선이 있었다. 군산으로 가는 바지선이 떠나던 항구다. 고깃배보다 낚싯배가 더 많다. 쓸쓸함이 감도는 골목을 걷는다. 나..

여섯 行 2018.09.27

가을 데리고 서천 여행

9월이 가기 전에 가을을 데리고 서천 여행을 했다. 내게는 가까우면서 먼 곳, 자주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곳, 일단 떠났다. 먼저 마량 포구로 갔다.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부러 한가한 날을 골랐다. 오래 바라다를 내려다 보았다. 옛날에 없던 공원이 조성 되었다. 아마도 최초 셩경전래지를 조성할 때 함께 만든 모양이다. 마량진은 한국에서 최초로 성경이 전래 된 곳이다. 그 기념관이 만들어졌다. 홍원항까지 걷기로 했다. 걷다 보면 여러 마을 입구의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포장길을 걸었다. 이 길은 관에서 조성한 해맞이길 일부다. 장승이 줄줄이 서서 반긴다. 옛날 이 길에 장승이 서 있던 장소라고 한다. 바다를 벗어나 잠시 쉬고 있는 배를 만났다. ..

여섯 行 2018.09.27

대흥동의 유물을 찾아서

노고산동, 대흥동은 서울 부도심 신촌에 있지만 아직 시골 냄새가 나는 동네다. 이따금 산책 삼아 이 골목을 걷는다. 노고산 아래로 형성된 가파른 동네라 계단이 많다. 이곳도 개발의 광풍을 빗겨가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집을 허물기 시작한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지우고 거대한 성냥갑들이 칸칸이 올라설 것이다. 목욕탕이 있던 골목부터 없어졌다. 이 동네는 내 마음 속에 오래 유물로 남아 있을 테지만 사라진 골목 풍경이 아쉽다. 용케(?) 살아 남은 집도 있다. 조만간 옆 동네에 거대한 아파트가 들어서면 이 집은 그늘이 질 것이다.

여섯 行 201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