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새의 이마에 앉았다 간 것의 이름은 - 이현호 너를 기다리는 동안 새의 이마에 앉았다 간 것의 이름은 - 이현호 전생이 잠시 놀다 가는 것을 본다 구름을 가리킨 손가락이 먹빛으로 물들고 있다 지나간 내일의 도도새가 날았고 어제의 비나 눈이 내렸다, 너의 귓불 같은 여기 온 적 있는 저녁을 기억하는 날개들이 바람의 발목으로 자.. 한줄 詩 2017.05.27
만큼 - 김명기 만큼 - 김명기 꽃 날리는 거리에서 당신을 생각해 하염없이 날리는 저 꽃들만큼 언제부턴가 내게 꽃이란 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생으로 날려가는 거지 그것만이 내가 기약할 수 있는 일이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던 바로 그 순간부터 얼마만큼의 시간이란 이제 없는 말이지 다만 당신.. 한줄 詩 2017.05.25
왜 나는 여기에 있을까 - 조숙 왜 나는 여기에 있을까 - 조숙 재취 온 작은 어머니는 그렇게 입 냄새 피우며 말을 하셨다 아파트 두 칸 건너 이웃집에서 놓친 끈 붙잡듯 아이 이름 부르며 매 맞는 소리 못된 년, 먹구름에 깔린 목소리 남동생 소식을 듣자마자 작은 어머니는 빗자루 들고 마당을 쓸었다 차마 입 밖으로 내.. 한줄 詩 2017.05.25
오른손잡이의 슬픔 - 정일근 오른손잡이의 슬픔 - 정일근 오른손이 아프고부터 왼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오른손 왼손 평등하게 가지고 태어났으나 태어나면서 나는 오른손에 힘주며 세상을 잡았다 나는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았고 오른손으로 연필 쥐고 공책에 글 썼다 오른손으로 악수하고 주먹 날리고 .. 한줄 詩 2017.05.17
봄날은 간다 - 김정수 봄날은 간다 - 김정수 불쑥 그가 찾아왔다 난 그가 첫사랑인지 긴가민가했지만 그는 내가 첫사랑인 게 맞다고 했다 그가 첫사랑이라 말하는 순간 붉게 젖은 그의 눈가에서 꽃잎이 떨어지는 걸 본 것도 같다 하지만 그건 나의 감정이 아니므로 미안해할 필요는 없었다 꽃이 피고 지는 건 .. 한줄 詩 2017.05.10
경계를 넘어 - 송경동 경계를 넘어 - 송경동 나는 내 것이 아니다 오늘은 평택 쌀과 서산 육쪽마늘과 영동 포도와 중국산 두부와 칠레산 고등어를 먹었다 내 뼈와 살과 피와 내장과 상념도 실상 모두 이렇게 태어난 실뿌리가 다르다 그런 내가 한 가지 생각에만 집착한다는 것은 도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렇.. 한줄 詩 2017.05.05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 오인태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 오인태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숲이 눈부신 것은 파릇파릇 새잎이 눈뜨기 때문이지 저렇게 언덕이 듬직한 것은 쑥쑥 새싹들이 키 커가기 때문이지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도랑물이 생기를 찾는 것은 갓 깨어난 올챙이 송사리들이 졸래졸래 물속에 놀고 있.. 한줄 詩 2017.05.03
나는 너다 - 황지우 61 - 황지우 태어나자마자, 나는 부끄러웠다. 깨복쟁이 때 동네 아줌마들이 내 고추를 따먹으면 두 눈을 꽉 닫아버렸다. 국어 시간에 젤 싫었다. 얼굴이 시뻘개지고 국어가 안 보였다. 여러 사람은 나의 공포였다. 처음으로 수음을 실시한 사춘기 때부터 이 부끄러움은 약탈, 동성연애감정,.. 한줄 詩 2017.05.03
지천명의 반칙 - 조재형 지천명의 반칙 - 조재형 판례와 도리를 개무시하고 치외법권을 노린다 불륜이 노릇노릇한 숯불 위에 윤리의 솥단지를 내건다 화끈한 날파람으로 모텔을 들락날락거린다 짝퉁 가방에 허례의 가면을 구겨 넣는다 신분으로 위장한 호기를 꺼내 입는다 삼색 신호등을 눈감고 범칙금을 연체.. 한줄 詩 2017.05.03
홀씨의 나날 - 윤성택 홀씨의 나날 - 윤성택 새벽부터 골목 구석구석 햇살이 날렸다 허리띠를 맨 끝까지 채웠던 사내는, 뿌리처럼 툭 불거져나온 속옷을 쑤셔넣었다 틈만 나면 살고 싶었다 공사장 보도블록 사이 가는 목 하느작거리는 홀씨 하나 어쩌자고 이곳까지 온 것인지 바람이 지나칠 때마다 현기증이 .. 한줄 詩 2017.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