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독선(獨善) - 서정춘 그러니까, 나의 아름다운 봄밤은 저수지가 말한다 좀생이 잔별들이 저수지로 내려와 물 뜨는 소리에 귀를 적셔보는 일 그 다음은, 별빛에 홀린 듯 홀린 듯 물뱀 한 마리가 물금 치고 줄금 치고 一行詩 한 줄처럼 나그네 길 가는 것 저것이, 몸이 구불구불 징한 것이 저렇게 날금 같은 직선을 만든다는 생각 그래서는 물금줄금 직선만 아직 내 것이라는 것 오 내 새끼, 아름다운 직선은 독선의 뱀새끼라는 것 *시집, 귀, 시와시학사 봄밤 - 서정춘 어렵사리, 나는야 조랑말을 부리는 말집 큰말집 아들이었지러 어느 봄날 실비 그치고 일없는 해질녘 윗말집 아랫말집 또 작은말집 어른들은 고의춤에 손 넣고 우리집 바깥 측간이 딸린 마굿간 옆을 오종종 앉아서 탱탱한 가짓빛 말좆 세우느라 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