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지 못한 가을비 - 박석준
세련되지 못한 가을비 - 박석준 11월 가을비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어둑해가는 시가의 불빛들이 보인다. 낮게 깔린 상가의 불빛 아파트 고층 검푸른 빈칸에 점점이 찍힌 불빛. 집으로 가는 인도에서, 코너에 젖어 있는 은행잎들 -쓴 데도 없이 털려나간 돈. -밥을 안 먹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뜬금없이 여름휴가, 후지산 등산하러 갔다던 변호사 제자의 얼굴 가라앉는다. 내가 사는 집 네 식구들, 가을비 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소방차 사이렌 소리, 비가 오는데 머릿속에 들어선 내가 빌려 사는 아파트. 몸에 소름이 돋는다. -집 쪽이 아니구나. 상가 쪽인가? -불빛들, 어디서 불이 났을까? 그대로 비 젖은 인도를 걷는다. 사람같이 살려면 여러모로 돈을 써야 하는데 아빠, 나 메이플 하고 싶어. 자본이 필요해.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