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믿음직스런 광대 - 전대호

믿음직스런 광대 - 전대호 태양처럼 당당했던 시절에 비해 더 오랜 시간이 걸려 말문을 열긴 했지만 다행히도 그는 여전한 것 같다 책가방을 처음 챙기는 아이처럼 제 삶의 계획을 얘기한다 세상을 이렇게 그리고 저렇게 바꾸면 좋겠다고 말한다 바꾸겠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즐기던 얘긴가! 그가 여전히 그런 얘기를 즐길 줄 안다는 것이 내게도 즐거움을 준다 작은 시냇물처럼 시작된 그의 얘기가 산악 지대와 평지를 지나 아주 큰 물줄기가 될 때까지 어디로 가든 어디로 가든 여하튼 끊이지 않고 이어질 것을 나는 안다 그게 그의 본성이다 내가 그렇듯 그 역시 가로등의 눈으로 우리의 모습을 내려다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도 이미 서둘러 충분한 나이를 퍼먹었으니까. 그를 바라보며 편안히 턱을 고인 내게 아, 그..

한줄 詩 2018.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