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직선 위에 곡선 - 김익진

직선 위에 곡선 - 김익진 행성은 둥글다 그 위를 걷고 있다 곧게 걸어도 언제나 휘어진 곡선이다 누군가 바른 길 걸어왔다고 하면 나는 그저 웃는다 누구나 휘청하며 걷는다 *시집, 중력의 상실, 조선문학사 친구 같은 애인 - 김익진 태양이 별과 다른 것은 너무 가깝다는 거 별이 태양과 다른 것은 단지 너무 멀리 있다는 거 네가 애인과 다른 것은 너무 가깝다는 거 애인과 네가 같은 것은 늘 마음 속의 별이라는 거 너무 멀리 있어 반짝이는 슬픔이라는 거 *책 머리에 올곧았던 삶의 나이테가 중력의 상실로 베어져 넘어지면 비대칭의 깊은 상처로 휘청대고 있습니다 그 때 그곳에서 잠시 그른 만남의 시작과 끝은 거시적인 우주 질서에 파묻혀 더 없이 아름답습니다

한줄 詩 2018.05.25

내 동생이 태어나던 날 - 김선향

내 동생이 태어나던 날 - 김선향 엄마가 야간근무를 하는 동안 의붓아빠는 내 손바닥을 때리더니 자기 바지를 내렸어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체리쥬빌레와 의붓아빠의 그것이 사이좋게 놓여 있었죠 차가움과 미지근함 체리 향기와 락스 냄새 내 머리를 누르고 그것을 입에 넣으라고 명령했어요 피아노를 사주겠다고 귀에 속삭이면서 이른바 삼종세트는 의붓아빠의 그것 한 모금 체리쥬빌레 한 스푼 피아노 건반 한 개였죠 피아노 건반을 제법 모은 조용한 일요일 그러니까 못생긴 내 동생이 태어나던 날 아빠와 단둘이 집에 있던 오후 내 피아노는 산산이 부서졌죠 무슨 일이 있었냐구요? 쉿, 이건 비밀이예요 엄마가 알면 목을 맬지도 모른다며 그 새끼가 나한테 당부했거든요 *시집, 여자의 정면, 실천문학사 도둑 고양이 - 김선향 쥐..

한줄 詩 2018.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