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입하 - 이문재
봄날 입하 - 이문재 초록이 번창하고 있다. 초록이 초록에게 번져 초록이 초록에게 지는 것이다. 입하(立夏)다. 늦은 봄이 넌지시 초여름의 안쪽으로 한 발 들여놓는 것이 아니다. 여름이 우뚝 서는 것이다. 아니다. 늦어도 많이 늦은 떠났어도 벌써 떠났어야 하는 늦은 봄이 모르는 척 여름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다. 죽는 것은 제대로 죽어야 죽는다. 죽은 것은 언제나 죽어 있어야 죽음이다. 죽어서 죽는 것이 기적이다. 초록에서 초록으로 이별이 발생한다. 이토록 신랄하고 적나라하지 않다면 이별은 이별이 아니다. 오늘 여기 입하 지금 여기 이렇게 눈부시다.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달밤 - 이문재 은어떼 올라온다는데 열나흘 달빛이 물길 열어준다는데 누가 제 키보다 큰 투망을 메고 불어나는 강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