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 뼘이나 남은 꿈 - 김이하
아직도 한 뼘이나 남은 꿈 - 김이하 동트기 전에 일어나 서둘러 밥 지어 먹고 아침 햇살에 눈 비비며 나갔다 어스름 저녁에 들어서는 집은 썰렁하다 한 등의 불꽃이 비치면 썰렁하던 집도 이내 환한 궁전이다, 저녁은 곰취 쌈 하나로도 만찬이고 돌나물, 달래 무침 한 그릇으로도 그럴싸한 맛이다 달콤하지도 않고, 편안하지도 않은 길 이렇게 살지 말라고,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떠났던 길 무엇이 되고, 무엇이 되어 쓸쓸한 길 팍팍하게 가다가 다 접고 돌아온 길이 이제는 더 훤히 잘 보이고 눈 감아도 무장 꿈이 그려지는 길이다 그래 한 뼘이나 더 남은 햇살을 붙들고 씨감자를 심었던 저녁이다 *시집, 눈물에 금이 갔다, 도서출판 도화 집 밖에서 - 김이하 두부 한 모, 담배 한 갑 사려고 길을 나서 수퍼에 가는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