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희랍(希臘) 비극을 읽고 싶은 소년 - 전대호

희랍(希臘) 비극을 읽고 싶은 소년 - 전대호 누구에게나 비극을 동경하는 시기가 있다 앞으로의 삶도 우연이 지배할 것임을 직감하는 순간, 불행히도 누구나 반발한다 그렇지 않을 거야, 도리질하는 시기 한 알갱이씩 집어올려서라도 이 안개를 걷어내고 태양을 대면하겠어 내 삶이 순수한 비극임을 확인할 테야 그리하여 어른이 되는 거야 희뿌연 안개 속에서 그는 말했다 누구에게나 비극을 동경하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에 삶을 결심한 사람은 차츰 우스꽝스러워지는 자기 자신을 견뎌야 한다 안개 속에서 그는 늙어간다 점점 자주 안개의 무늬에 취하면서 *시집, 성찰, 민음사 나무꾼 - 전대호 삶을 덥힐 땔감을 구하러 간 남자 성실하고 건장한 남자 튼튼한 지게를 지고 일찌감치 산으로 간 그 남자 일에 열중하던 그 남자 갑자기 ..

한줄 詩 2018.08.09

팔월생 몽고반점 - 이은심

팔월생 몽고반점 - 이은심 커다란 리본이 케익의 입구를 막고 있다 비둘기는 나보다 개를 더 무서워한다 소나기처럼 몰아서 먹고 구름처럼 몰아서 자는 것은 몽고반점의 후유증이다 총알이 날아와도 태어날 사람은 태어난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반씩 걸쳐 입고 나는 벌써 오래 살았다 세상은 나보다 먼저 와 있어서 무사히 입적(入籍)했지만 내 외로움은 매자나무 붉은색을 줄기차게 따라가고 그해의 사금파리는 옆구리를 찔러 기어이 운명을 풍선처럼 터뜨렸다 씨익 웃어주는 형용사들에게 내 방의 소품들을 빌려주고 싶다 파티는 없다 당신으로 왔다가 손님으로 사라지는 단 하루 살다 가는 기념일 배달된 꽃의 안색은 해마다 검푸르고 선물상자는 악착스레 선물을 끌어안는다 여러 번 보아도 정이 들지 않는 자축의 얼굴 백발이 무릎으로 떨어질 ..

한줄 詩 2018.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