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된 산 - 강영환 지리산을 가슴에 오래 담아 두었더니 잊어먹고 있어도 스스로 발효되어 갈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남부능 폭우 속을 젖은 발로 가거나 눈발 속을 얼어붙은 발가락 꼼지락거리며 두류능선을 갈 때 땀내 속에 절여 두었던 산이 파도 몰려오는 한라산 어리목에서 불쑥 가슴을 뛰쳐나와 하늘로 솟구쳤다 새가 되어 바람을 타는 날개 맛 언제나 강물 속으로 뛰어 드는 폐곡선을 따라 길마디 찍어 두었던 발자국이 떠오르고 야생화 한 떨기에도 쓰라렸던 관절 한데 섞여 발효가 된다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는 지리산은 더 깊어지고 높아지고 풍만해져서 사시사철 내가 모시고 살아도 땀내 전 발바닥에도 가 닿지 못한다 *시집, 다시 지리산을 간다. 책펴냄열린시 지리산 땀 냄새 - 강영환 스쳐가는 산꾼에게서 땀 냄새가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