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가족 - 박판식 결점투성이 피와 피를 잇는 꽃과 나뭇잎 엉겨 붙은 혈관을 풀어 여덟 갈래로 소생하는 기적은 너무도 사소한 일 나뭇잎은 자라지 않는다 나뭇잎은 본래의 모양을 찾은 것뿐이다 그러나 병든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나뭇잎들의 뼈가 서걱거린다 피가 도는 푸른 혈관이 보인다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뱀처럼 나는 희망의 기후를 감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균을 저울질하며 눈물이 부풀어오르진 않는다 바람은 나뭇잎들의 위태로운 차양을 찢어놓는다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 좀처럼 한 가지 생각에 초점을 맞추지 못 한다 한랭의 기후를 견뎌낸 나무들을 누군가 전지하고 있다 그것은 갈고리 달린 창으로 발목을 끊어내는 고대의 살육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피가 솟구치는 일은 없다 누군가는 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