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가을 별자리 - 육근상

가을 별자리 - 육근상 단풍나무는 벌겋게 취해 흥청거리고 손가락 닮은 이파리들이 오를 대로 올라 색(色)기 부리고 있네 살짝 일렁이는 물바람에 목젖 다 드러내며 자지러지는 딸아이 봉숭아빛 입술 뜨거워지고 종아리 굵어졌으니 품에서 내려놓아야 할 때 겨울나려면 좀 더 비워둬야지 노을빛 눈부시게 부서지며 낡은 흙집 감싸 쥐면 뜨겁던 여름도 까맣게 익은 산초 씨로 떨어지는가 돌아가리라 삭정이 같은 노모 시래깃국 끓이고 삶이 무성했던 아버지도 허리 굽어 텃밭에 쌓인 고춧대 태우며 붉어지고 있을 것이니 돌아가 북창 열고 가을 별자리 하나 마련하여 안부 들어보리라 *시집, 절창, 솔출판사 꾼 - 육근상 스무이틀이 내 생일인디 마늘밭이며 고추밭이 온통 흙 바가지 뒤집어쓰고 뱃바닥 긁어대는 염천 더윈디 창수란 놈 막걸리..

한줄 詩 2018.08.21

사랑의 자본주의 - 김주대

사랑의 자본주의 - 김주대 사랑하는 사람을 온전히 살 수 없다면 이해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내의 품에 안겨 웃고 있어도 다른 사람을 안고 통곡을 해도 사랑을 살 만한 능력이 없다면 홀로 가슴을 치며 기다려야 한다 사랑에 돈이 전부가 아니란 말은 사랑에 돈이 일부라도 꼭 필요하다는 말이므로 돈의 그 일부도 없이 무능할 때 무능히 기다려야 한다 가장 어리석은 자가 깽판을 치며 난폭하게 사랑을 구걸한다 돈이 없으면 애절한 마음만으로 기다려야 한다 돈이 생기면 하룻밤 사랑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사랑하는 여자도 돈을 본 날은 하루쯤 웃기도 하므로 하루쯤 온전히 돌아와 사랑을 고백하기도 하므로 나머지 백날은 기다려야 한다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만약 복권식 횡재를 한다면 사랑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복권의..

한줄 詩 2018.08.20

가난한 풍경이 말하는 - 전성호

가난한 풍경이 말하는 - 전성호 내가 연 세상 내가 닫고 가야 한다 문제는 많은 문을 열었다는 것 풀잎 하나 스스로 흔들리지 않듯 오가는 모든 것 바람의 눈을 가졌나 한여름 뼈를 깎는 매미처럼 예리한 칼날 위를 넘어가는 가시들의 따가운 소리 그러나 빈 하늘의 적요는 깨어지지 않는다 어깨에 어깨를 의탁하며 지울 수 없는 바람의 눈으로 뼈를 깎는 귀들아 보아라 얇은 풍경의 잔떨림, 내가 뱉은 말들이 나를 꿰뚫고 있다 한 몸 먼지 되어 날리는 단순하게 여과된 공중에서 나는 나를 들을 것이다 바람에 날리는 한 탓하지 마라 가난한 네 뼈의 틈새를 *시집,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실천문학사 성자의 눈을 닮고 싶은 - 전성호 –최해완 머슴의 아들 내 친구, 우리는 새콤하고 단 버찌 맛을 안다 눈시울의 긴 털까지..

한줄 詩 201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