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이름 - 이기철 밀물이 안 올까 봐 썰물이 소리 내어 우는 건 아니다 해 질 녘 동해 바다는 모래톱까지 달려와서 운다 바다는 지구의 끝인가 시작인가, 물으며 내 안에 와서 금을 긋던 사람들 흉금 안쪽에 파란 색칠을 하던 사람들도 묻다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사람들은 추억이라 부르지만 나는 속도라 부른다 추억의 몽리구역까지 갔다 오는 데는 실로 한생이 걸린다 나는 인간의 시간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나는 농막에도 앉고 테트라포드에도 앉아 별점 치다 한 세기를 놓쳐 버렸다 놓친 세기는 역사박물관으로 간다 오늘은 모래의 밥을 먹으며 타고 남은 속마음을 바느질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오늘의 슬픔을 어디다 잠가 두면 새어 나가지 않을까 생각다가 갓 핀 잠자리난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