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1 - 한명희 -난간 난간 위에 서 있던 어젯밤 길가에 습관처럼 서 있던 당신은 택시 기사와 드잡이한다 갑자기 사라진 어느 집을 두고 잠 못 들던 어젯밤과 무관하게 먹은 것도 없이 배가 부르다던 누구와도 무관하게 머리채를 잡고 흔들던 바람은 바람끼리 서로의 몸을 비틀고 매만져 장송곡 같은 저음의 노래를 만들고 흙빛이 된 하늘과 핏줄을 드러낸 나무는 난간보다 낮은 집에 팔을 뻗고 회초리를 든다 허물어진 집을 다시 짓거나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밤을 달리는 사람들이 당신만은 아니었으므로 당신을 지나쳐 온 집들과 앞서간 집들은 여전히 속도를 무시하고 눈을 보면 불쑥불쑥 솟아 있는 빌딩처럼 이 층으로 가는 난간에 기대 있다 뒤처져 마음만 앞서 오르는 나는 캄캄한 오밤중, 밤새 대궐 같은 집을 혼자 짓다 부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