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것들의 조그마한 항구 - 배한봉 옥상에 상자 텃밭을 만들었다. 밑거름을 넣고 상추며 들깨 모종을 사다 심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 물을 준 것 뿐인데 어느 새 잎이 손바닥 만해졌다. 한 잎씩 채소를 거둬들이는데 푸릇푸릇 콧노래가 실실 새 나왔다. 부자가 이런 것이라면, 삿된 생각 한 점 들지 않고 그저 옥상에 동동 떠다니는 실없는 웃음을 데려와 웃거름으로 얹어주는 것이 행복이라는 재산을 불리는 일이라면 나는 엉뚱한 곳을 오래 기웃거린 것이다. 아하, 웃음이라는 배의 조그마한 항구 금은보화 싣고 출렁이는 볼록한 종이가방에서 푸른빛 환하게 흘러나오는 시간과 싱긋싱긋 계단을 걸어 내려오면 내 이마에 걸리는 초여름 건들바람이 수확한 상추, 깻잎 쌈밥만큼 달달했다. *시집/ 육탁/ 여우난골 꽃 심는 사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