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의 손금을 읽는 오후 - 송병호 좁은 고샅길 돌아도 돌아도 제자리인 그 골목엔 숙명처럼 상처 안고 똬리 튼 골목길이 있다 명랑이발관의 해맑은 미소를 지나쳐 엇갈린 오복 담뱃가게 생명선은 차마 풍년 쌀가게 재물선과 영영 만날 수 없는 구획이 되었다 그나마 입시학원의 장래선은 또렷한 선이다 실선들, 흔들릴 때마다 칙칙한 배경의 가끔 끊어졌던 동시상영, 두 편의 영화는 오간데 없고 낡은 영사기 한 대 짓무른 앵글로 바람을 채록하고 있다 한때는 민심을 쥐락펴락했을 선과 선의 공존, 바닥이 다른 면 위의 또 다른 점선들 깨진 유리창 너머 하루를 점치지 못하는 도시의 손금으로 남아 있다 수상학은 믿을 게 못 된다고 툴툴거리며 다 닳아빠진 지문을 가지런히 포개 혼자 졸고 있는 노파 *시집/ 괄호는 다음을 예약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