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것은 우리가 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헤어진 방식 때문 - 류시화
목련꽃 필 때쯤 이따금
혼잣말하네
슬픈 것은 우리가 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헤어진 방식 때문이라고
내가 원하는 것은
우리가 다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나
다른 방식으로 헤어지는 것이라고
그것만이 옛사랑을 구원할 수 있다고
*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수오서재
그런 사람 - 류시화
봄이면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
남모르는 상처 입었어도
어투에 가시가 박혀 있지 않은 사람
숨결과 웃음이 잇닿아 있는 사람
자신이 아픔이면서 그 아픔의 치료제임을 아는 사람
이따금 방문하는 슬픔 맞아들이되
기쁨의 촉수 부러뜨리지 않는 사람
한때 부서져서 온전해질 수 있게 된 사람
사탕수수처럼 심이 거칠어도
존재 어느 층에 단맛을 간직한 사람
좋아하는 것 더 오래 좋아하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
어느 길을 가든 자신 안으로도 길을 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 영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
내어 주는 사람
아직 그래 본 적 없지만
새알을 품을 수 있는 사람
하나의 얼굴 찾아서
지상에 많은 발자국 낸 사람
세상이 요구하는 삶이
자신에게 너무 작다는 걸 아는 사람
어디에 있든 자신 안의 고요 잃지 않는 사람
마른 입술은
물이 보내는 소식이라는 걸 아는 사람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끔 구름 많음 오후 한때 소나기 - 송병호 (0) | 2022.05.03 |
---|---|
봄날 이력서 - 서화성 (0) | 2022.05.02 |
슬픔을 삼키는 계단 - 강시현 (0) | 2022.05.02 |
바람은 너의 소멸로부터 오고 - 박두규 (0) | 2022.05.01 |
희망자원 앞에서 - 박숙경 (0) | 2022.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