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견딜 고통은 없어 - 박노해 젊어서 못 견딜 고통은 없어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되면 의식을 잃거나 죽고 마니까 살아있다면 견디는 거지 고통에도 습관의 수준이 있어 그러니까, 고통을 견뎌내는 자기 한계선을 높여 놓아야 해 평탄한 길만 걷는 자들은 고원 길이 힘들다 하겠지 젊은 날엔 희박한 공기 속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봐야 해 더 높은 길을 탐험해 본 자에게 고원쯤은 산책 길일 테니까 자신의 두 발로 생존 배낭을 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묵직이 올라서던 심장이 터질 듯한 그 벅찬 길이 자긍심이 되고 그리움이 될 테니까 사람들은 정작 자기 시대가 얼마나 좋은 시대인지를 모르지 나만 고통스럽고 나만 불행하고 나만 억울하다고 체념하지 인간에게 있어 진정한 고통은 물리적 몰락이나 통증이 아냐 심리적 몰락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