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의 인력 - 고태관 마주 놓인 의자 사이가 좁다 닿지 않으려고 허리를 세워 앉는데 눈이 마주치고 기차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거 알아요 터널 속에서 말을 건네 온다 분명히 아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점점 흐려질 거예요 달리는 시간만큼 멈춰야 도착할 수 있어요 내리는 사람도 타는 승객도 없는 간이역 차창 밖 안개가 터널 입구처럼 멎어 있다 스르르 감긴 눈이 출구 없는 잠결 속으로 달려갔다가 차창 턱에 기댄 팔의 각도가 허물어지는 순간 눈꺼풀까지 따라온 어둠이 마른 입술에 묻어나곤 했다 곧 종착역이에요 앞질러 갈 열차를 먼저 보내느라 서행하는 것도 오래 들이마신 숨을 서서히 내쉬는 일 캄캄한 동굴을 헤쳐 나오느라 연착된 몇 분 정도는 터널을 벗느라 지불한 빈틈인 거죠 가볍게 부딪혀 오는 무릎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