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벼랑이 - 이은심 우리가 서로 바라보기만 하다가 외지고 혹독해진다면 저 높이는 흉측한 돌일 뿐이지 거기서 우리 중 한 사람이 몹시 울어야 한다면 천 길 깊이는 나쁜 신념일 뿐이지 제발 희생을 실천해주세요 아찔함을 뛰어내려주세요 불처럼 단단한 눈물이 되어볼 걸 해뜨기 전에 길을 나선 내상(內傷)이 피운 우리는 문득 몰매처럼 서러운 불안의 아들딸 그러므로 그래서는 안 되는 이번 생의 경사는 낡은 슬리퍼처럼 헐떡이지 우리를 보다가 우리만 보다가 아무 데나 침을 뱉는 잠깐의 미망이 닿지 않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꽃, 꽃을 지켜보는 난폭 여긴 뜨겁고 좁은 맹지가 될까 우리 몰래 갈라 터진 몸을 실천해주세요 헛꽃의 걸음이 더딘들 멈추지 말아 주세요 아래로 아래로 자라는 우린 방자한 기백인 걸요 아슬하고 비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