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에 관한 명상 - 김일태 속을 비운 것들은 나이테가 없다 지나온 저를 기록하고 싶지 않다고 나이는 결코 자랑할 것이 못 된다고 지운 탓이다 살다 보면 옳다고 잘했다고 동그라미 쳐줄 수 있는 때 과연 몇 번이나 되랴 속을 비운 것들은 나이테 대신 역정을 돋을새김 한다 주름이라는 명징한 장부에 *시집/ 파미르를 베고 누워/ 서정시학 모서리에 부딪히다 - 김일태 화장실 가다 침대 모서리에 정강이가 부딪혔다 누구를 탓 할 수도 없어 혼자 투덜거렸다 나이 들어가며 자주 부딪히는 게 책상이나 식탁뿐만 아니다 일상의 각진 데에도 쉬이 부딪히며 잔소리 또한 많아진다 인지능력 떨어지고 건망증 심해져 가는 과정이라고 아내는 학술적으로 얘기하지만 나는 섣부른 예단 때문이라고 여긴다 촉각이 뽀족할 때는 그런 일 없다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