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향기 - 정기복 새털 같은 제 삶의 무게도 감당하기 힘에 겹다는 듯 스산하게 낙엽 지는 날 고향 집 마당 들어서다 갈바람 쏠려가는 측백나무 울타리 밑 마침 생장을 마친 모과 하나 툭 떨어져 뒹구는 것을 얼결에 흙먼지 털고 주워 든다 어머니 한 눈 상하신 채 살아낸 세월이 노란 모과 닮았다는 생각 불현듯.... 무심히 책장에 놓아둔 그놈 은은히 향기 뿜어내는 게 아닌가 다가가 살펴보니 제 살 썩혀 발하는 저 놀라운 살신성인 어머니 상처의 향기 내 몸 가득 짙다. *시집/ 나리꽃이 내게 이르기를/ 천년의시작 내 가거든 두 아들에게 - 정기복 허깨비를 애비로 둔 죄라면 죄 의상능선 의상, 용출, 용혈, 증취, 나월, 나한, 문수 일곱 봉우리에 뿌려라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 바위와 소나무 밑동에 흩어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