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독 - 우남정 오래된 습관이 북쪽으로 기울었다 올해도, 그가 건네준 모과 한 알 창가에 안치한다 갓 면도를 끝낸 듯 턱선을 타고 그의 향기가 번진다 연둣빛 윤기가 도는, 잘 익은 노랑은 왜 터무니없이 짧을까 연하디연한 분홍 꽃의 열매가 과즙도 없고, 근육질인 것도 아이러니지만 욕창이 나지 않도록 이리저리 체위를 바꾸어 주어도 어디에 부딪힌 것처럼 멍이 번지고 반점이 하루하루 깊어지는 건 더욱 알 수 없는 일이다 저 어둠의 뿌리는 어디에 닿아 있을까 노랑을 먹어치우고 서서히 꽃을 피우는 저 농담(濃淡)은 슬픔이란 저런 것인지도 모른다 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미라가 되어가는 모과를 바라보는 일 서리 내리기 전, 서둘러 석탄 한 덩이 품는 일 *시집/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 문학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