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가엾다 - 허연 중국집에서 혼자 단무지를 씹으며 생각했다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 저녁 기억의 판화로 남은 제행무상의 보살들을 생각했다 5.18 나던 해 광주로 전학 간 점집에 살았던 아이는 지금도 노래를 잘할까 소풍날 흑백사진은 지금도 웃는데 병 때문에 하루 걸러 학교에 못 왔던 그 아이는 지금 살아 있을까 살아서 그 소풍을 기억할까 꼬리연 잘 만들던 전쟁고아 아랑 파편에 맞아 흉 진 얼굴에 다리 불편했던 아랑 키워주던 어른 죽고 앵벌이에게 끌려갔다는 그는 어떻게 됐을까 사랑도 미움도 없이 성자처럼 죽어갔을까 그들도 나처럼 어느 헐한 저녁 혼자 단무지를 씹고 있을까 가여운 생을 씹고 있을까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문학과지성 하얀 당신 - 허연 어떻게 검은 내가 하얀 너를 만나서 함께 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