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언젠가는 - 박태건 벽은 등을 돌리고 골똘히 들여다보는 것 같다 수백 개의 눈을 가졌다는 신화 속 괴물처럼 수천 개의 창문으로 무엇을 보는 것일까? 저 벽 안에는 수백 개의 의자가 있고 수천 번의 욕설을 받아주는 화장실이 있을 것이다 들어갈 것인가 나올 것인가 사람들을 토해내고 삼킬 때만 입을 여는 벽 무엇을 바라 벽이 되었나? 수많은 모서리를 품고 벽 속에 갇힌 벽 벽에서 나온 사람들은 벽을 닮아 무언가 골똘하다 누구나 벽 앞에 서면 벽이 된다 벽 앞에 벽 벽 뒤에 벽 벽이 끝날 때까지 모퉁이로 가자 또 다른 벽을 만나자 *시집/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모악 도가니집 - 박태건 늙은 아버지와 늦은 점심을 먹는다 장맛비 오는 전주의 오래된 식당인데 식탁은 좁아서 우린 한 식구 같다 혼자 온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