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허세나 부리며 - 서상만

마루안 2020. 12. 30. 21:26

 

 

허세나 부리며 - 서상만
-데자뷔 산수(傘壽)


사랑이 없어서 야밤이었다
하 많은 별빛 아래서도
나는 늘 혼자라서 서러웠다
그러다 어느 날은, 날 두고
먼저 떠난 그 누가 참 미웠다
그런데도 뜬금없이 손거울에
불쑥 떠오르는 낯익은 질색
왜 새삼 그리워지는지
좀 알 듯도 해서 더 적막했다
그래봤자 이미 코리안 타임
죽을 자리조차 마땅찮은 땅
누가 뭐래도 더는 여기
독거할 수 없는 나의 바람기
잠시 천문도나 들고 허둥대다
유성처럼 휙 허세나 부리며
또 다른 자연으로 돌아가리
망쳐버린 웃음거리 가닥 안고


*시집/ 월계동 풀/ 책만드는집

 

 

 

 

 

 

그 뒤쪽


말없이 떠난 사람
돌아보지 마라
그 뒤쪽,
이미 멀다

저녁 푸는 물새도
그래서 우는 거다


 

# 서상만 시인은 1941년 경북 포항 호미곶 출생으로 성균관대 영문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수학했다. 1982년 <한국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시간의 사금파리>, <그림자를 태우다>, <모래알로 울다>, <적소適所>, <백동나비>, <분월포>, <노을 밥상>, <사춘思春>, <늦귀>, <빗방울의 노래>, <월계동 풀> 등이 있다. 월간문학상. 최계락문학상. 포항문학상, 창릉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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