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떨어지다 - 류흔
사내, 떨어지다 - 류흔 바닥이 그의 얼굴을 문질렀을 때 그는 이미 지상을 떠나고 있었다 납작 엎드린 그의 그림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날개 없는 것들의 최후는 이렇게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확 쓸면 그만인 바닥에서 닦아내고 지워진다 이제 편한가, 사내여 마음 한 장 얻어갔는가 사내여 남겨논 구두 한 켤레로 맞바꾼 것이 1초, 2초, 또는 3초 동안의 바람과 경관, 혹 느꼈을지 모를 자유였다니! 그것으로 만족하는가 사내여, 여기 엎질러진 이마와 주름과 울음의 얼룩이 한 동이 물로 간단히 씻겨질 때 자네가 공중에 펼친 묘기의 수고로움과 때로, 진지하게 보이는 느닷없는 활강을 날아가지 않는 날개를 사람들은 금새 지워버릴 것이다 *시집, 꽃의 배후, 바보새 없이 산다 - 류흔 없이 산다. 없이 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