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우주로 가는 당나귀 - 우대식

우주로 가는 당나귀 - 우대식 가고 싶은 곳 : 우주 까닭 : 우주에 가서 지구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2학년짜리 막내 아이의 숙제다 우주는 어디에 있는가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 그곳에서 저무는 지구의 황홀한 일몰을 보고 싶다 한 남자를 탐하는 한 여자의 저녁을, 긴 상을 맞붙인 대가족의 공양을 보고 싶다 꺼져가는 장의사의 노란 불빛과 막 쪄낸 시루떡의 하얀 김, 미시령을 몰려다니는 눈발을 보고 싶다 어느 겨울 시골 마을 불 켜진 낮은 집에 엎드려 숙제를 하는 내 아이의 뒷모습도 보일 것이다 매일 밤 집으로 돌아가는 당나귀는 며칠을 걸으면 우주에 당도하는가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 *시집, 단검, 실천문학사 詩人 - 우대식 잉크는 새것이 한 병 새벽 우물처럼 충충히 담겨져 있것다 -이태준, 에서 헛되고 헛되..

한줄 詩 2017.01.10

사내, 떨어지다 - 류흔

사내, 떨어지다 - 류흔 바닥이 그의 얼굴을 문질렀을 때 그는 이미 지상을 떠나고 있었다 납작 엎드린 그의 그림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날개 없는 것들의 최후는 이렇게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확 쓸면 그만인 바닥에서 닦아내고 지워진다 이제 편한가, 사내여 마음 한 장 얻어갔는가 사내여 남겨논 구두 한 켤레로 맞바꾼 것이 1초, 2초, 또는 3초 동안의 바람과 경관, 혹 느꼈을지 모를 자유였다니! 그것으로 만족하는가 사내여, 여기 엎질러진 이마와 주름과 울음의 얼룩이 한 동이 물로 간단히 씻겨질 때 자네가 공중에 펼친 묘기의 수고로움과 때로, 진지하게 보이는 느닷없는 활강을 날아가지 않는 날개를 사람들은 금새 지워버릴 것이다 *시집, 꽃의 배후, 바보새 없이 산다 - 류흔 없이 산다. 없이 사는..

한줄 詩 2017.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