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나는 너무 먼 거리에 와 있다 - 조찬용

나는 너무 먼 거리에 와 있다 - 조찬용 나는 너무 먼 거리에 와 있다 유목민을 꿈꾸었던 그 나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다 말을 타거나 걷는 것이 유일했던 그 푸른 나라로 어머니를 부르던 게 아득하다 살아있는 것들로 축복을 쏘아 올린 어린 날을 생각하기엔 너무 먼 거리에 와 있다 너무 많은 것들로 불면의 밤이 늘고 어두운 시간은 기억에 묻힌 것들에 기대어 서성댄다 우리들의 밖은 기계들의 숲에서 만들어진 길로 언제부터인가 세상이 시들해져 버렸다 삶으로 배가 부르던 잠깐의 일도 해가 지고 밤이 드는 순간 시시하고 지루해져 버렸다 어느 날 아무런 낌새도 없이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일이 사는 일의 그림자가 돼 버렸다 숲과 사람이 사라지고 내가 걸어서 가야 할 마을이 사라져버린 지금, 애써 저녁의 성찬을..

한줄 詩 2018.02.28

이별, 그리고 그 이후의 어느 날 - 박남원

이별, 그리고 그 이후의 어느 날 - 박남원 그대 떠나고 그 이후의 어느 날에 그랬습니다. 내 생의 모든 날들이 그날의 자세만큼 늘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날 비로소 나 이제 그렇게 살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살아가는 사람의 만남이란 것이 때로는 까닯없는 기쁨이었다가도 헤어짐은 또 느닷없이 와서 억장으로 사무치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일일 것이겠으나 그대 속절없이 떠나보내고 나서 남은 내가 그대보다 더 괴로워 하고 그대보다 더 가슴시렸던 거라면 세상에 나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그것은 그나마 나의 자랑이었음을. 그리하여 그날 나는 그랬습니다. 내 생의 모든 날들이 그날의 자세만큼 늘 그러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남을 울리기보다 내가 더 슬퍼했던 것으로 이후로도 나 그렇게 살리라 다짐했습니다. *시집. 사랑의..

한줄 詩 2018.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