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게 - 정윤천 우리들 여린 발돋음으로 꼰지발을 세우고 거기 이른 저녁별 하나 따 가지고 싶었던 그 봄밤에의 기억, 떠올릴 수 있겠는지요 달마중 핑계로 손잡고 나섰다가 괜한 일로 다투고 왔었던 어떤 일이며 숨바꼭질로 시들해진 해름참이면 영님이네 들집 울타리 바람벽에 기대 서서 먼 산 허리께 걸린 취한 놀빛 속에 취해 우리들 눈길들이 또한 엇비슷한 어지러움 타곤 하였습니다 해 진 언덕 저편으로 겨운 하루나절을 밟고 오시던 우리들 아버지들의 땀내 묻은 머리칼과 무등을 타고 되오던 길에 바라보인 옛집 위의 저문 고적함 너머로 깊어가는 저녁의 연기 그 고운 저물녘에 이제 다시 가볼 수는 없겠지요 살림 났더라는 이야기 언젠가 바람 속으로 언뜻 전해도 전해도 들었습니다만 우리들 잊혀진 날들만큼의 꼭 그만해진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