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두리꽃 아내 - 손순미
족두리꽃 아내 - 손순미 기장읍 청강리에 족두리꽃이 산다 철길이 석쇠처럼 달아오른 그곳에 상자같이 조그마한 집에 사는 사람이 슬며시 내놓은 화분에 산다 아내가 없는 사람이 아내 같은 족두리꽃을 심어 두었다 가진 거라곤 몸뚱이밖에 없는데 그는 온종일 밥도 안 먹고 엎드려 있다 한 마리 생선처럼 누워 있다 족두리꽃 향기가 그 안을 기웃거린다 샹들리에 같은 족두리꽃이 화려한 족두리를 쓴 연분홍 향기가 사내 품속을 파고든다 우리 다시는 태어나지 말자, 태어나지 말자 *시집, 칸나의 저녁, 서정시학 고등어 파는 사내 - 손순미 저, 소금을 칠까요? 내가 지그시 눈을 감아주자 남자의 눈이 고등어 눈처럼 우울하게 빛났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남자의 손등을 물결쳐 나갔다. 당신을 믿을 수 없어요! 끔찍한 추억이,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