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 배홍배 꽃 피워본 적 없는 나무에 일몰 걸릴 때 마른 가지에도 별자리끼리 얽히는, 잎보다 많은 아버지의 밤들은 피어났다 별자리에 숨겨진 운명을 읽어내느라 얼굴 밖까지 흘러내리는 눈, 아버지의 눈물과 마주쳤을 때 모르는 척, 입술부터 붉었다 손바닥 위로 발돋움을 하고 나뭇잎을 닮아가는 손금대로 운명을 기다리는 꿈속 한 자리 고개 저으며 아버지가 올려다보던 높이에서 걸음마 배우고 모르는 척, 입술부터 붉었다 *시집, 바람의 색깔, 시산맥사 고목 - 배홍배 남평역에 저녁이 옵니다 늙은 벚나무에 뚫린 커다란 구멍으로 오래된 저녁은 천천히 옵니다 그 옛날 리어카에 실려나간 사람이 나무 아래서 몸속으로 흘려보냈을 숨 가쁜 하늘도 저 구멍을 지나왔을까요 숨 끝에 밀린 목구멍은 빈 소주병 안에 아직 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