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사과 - 서규정
곧, 사과 - 서규정 벌겋게 눈을 떠라, 무덤 속에 들어가면 잠은 실컷 잘 수 있나니 살아 있는 동안 닦고 조이고 기름 쳐라 우리 동네 입구 도서관에 말씀 한 자락이 그럴듯하게 깔렸다 또 그것인가, 공개경쟁, 민족사적 수난과 드난살이를 하던 때를 까맣게 잊고 집단무의식이 끌고 가는 경제만능의, 요지경 속에 뒤처진 빈민들은 어쩌라고 그래 미래는 아무래도 암울해야 미래겠지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갈 곳이 별로 없다면, 별천지를 찾아 가야지 야구장에 들면 열 개 구단의 깃발따라 바람도 따로따로 불어 바람의 바운드를 맞추려다 공을 놓친 수비수들이 겹쳐 나뒹굴며 누워서 걷는 하늘, 영웅도 전설도 보이지 않는 이 시대에 그대들이 영웅들이다 두근두근 혼자 걷는 내 가슴속에 낙원은 운동장보다 별반 크질 않아 곧, 사과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