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아웃사이더 - 하린

마루안 2018. 2. 27. 21:25



아웃사이더 - 하린



네가 만든 구름의 시청률은 바닥이야
너는 먼지 쌓인 금지곡이고
만질수록 단단해지는 고독의 뼈는 없어
그냥 너는 독방이야
살갗이 드러난 전선처럼
한 순간을 노리는 무모한 사춘기는 지났어
노을의 낭만적인 알리바이 따윈 기대하지 마
저녁의 구질구질한 변명 속에
어둠이 끈적끈적한 혀를 내밀 뿐이야
뾰족한 통신탑 꼭대기에 달의 엉덩이가 걸려
달빛이 치즈처럼 흘러내리는
배고픈 밤은 항상 오고 마는 거야
너는 거세된 고양이가 되어
생선 내장처럼 던져진 도시로 출근만 하면 돼
옥탑방을 나와 누추한 골목길을 구기며
촌스럽게 작아진 학교를 지나
24시간 문을 여는 패스트푸드점으로 알바를 먹으러 가면 돼


너는 절대 태양의 젖은 손바닥 따윈 보려고 하지 마
자동차가 시속 100킬로로 늙어가는 것을 바라보다
불면증 걸린 인간들이 유령이 되어
진열된 상품을 간택하는 마임만 즐기면 돼
너는 바코드가 찍힌 방부제야
움직일 수 없는 성기를 가진 마네킹처럼 유리문 안을 견디면 돼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문학세계사








밤마다 바나나를 깐다 - 하린



아침까지 두면 맛이 다 간다 후딱 처묵어라
리어카에서 몸을 팔다 온 바나나
물오르다 못해 짓물렀다
깐다
밥은 바나나 밤은 바나나 밥 대신 먹는 바나나는 외로워
한입씩 잘린다
밤은 바나나 밥은 바나나 밥 대신 먹은 바나나는 예뻐
익을 대로 익은 미소가 고인다


골목 입구 허름한 불빛 아래서
어머니는 밤마다 호객 행위를 한다
늦게 귀가하는 아비나 어미에게
유통기간이 짧은 노래를 판다


바나나는 밤마다 검은 비닐봉지에 싸여
아이들에게로 간다
허기지게 간다
산동네에선 꿈이 미끄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