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인형 - 박순호
버려진 인형 - 박순호 계집아이가 전봇대 아래 인형을 버리고 홱 돌아선다 늘 곁에 두어 눈도 맞추고 함께 잠도 잤을 인형의 눈이 외눈박이다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닫아 버린 대문 앞 누군가 입술에서 뽑아 던진 담배꽁초가 향처럼 타들어 간다 어제는 아비가 누군지도 모를 갓난아이를 내다버리고 오늘은 노망난 모친을 내다 버리려는 궁리 속에 대문은 불온한 제상(祭床)으로 눕혀진다 분리수거함에는 몇 백 년을 두고 썩지 못할 기억들이 수북하고 내장 같은 골목 구석구석에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듯이 봉해진 크고 작은 쓰레기 종량제 봉지들이 엎드려 있다 저 충만하게 채워진 골목의 그늘을 싣고 후진하는 쓰레기차 꽁무니에서 울리는 엘리제를 위하여,,,, 언젠가부터 버림받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독주곡이 되어버렸다 골목으로 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