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모두 다 과거 - 김익진

마루안 2018. 8. 8. 20:19

 

 

모두 다 과거 - 김익진

 

 

우리 은하,

안드로메다 별빛은

오래전에 떠나온 빛

 

오늘

태어난 별빛은

수백 광년 후에나

볼 수 있다

 

은하계에 생명체가 있어 교신을 한다면

오늘 보낸 신호에 대한 답은

오고가는 데만

수백 광년,

500만 년 후가 될 것이다

 

우리가 보고 듣는 것들은

모두 과거의 빛과 파장,

소리

 

우리가 함께

현재를 살 수 있을까?

 

 

*시집, 회전하는 직선, 조선문학사

 

 

 

 

 

 

꿈 - 김익진

 

 

삶이 한낮 꿈이었다는 말은

죽은 후 몸 밖으로 나와

허공에 붕 뜬 채

이곳을 내려다보아야 알 일

 

가벼운 군상들 틈에서

이곳을 내려다 봐야

몽롱했던

꿈들을 기억한다

 

신화 같이

시작된 여름밤의 꿈

 

멱 감고 고기 잡던 일

도시로 올라와

추웠던 봄날부터

헤어지고 만났던 사람들이

회전문처럼 지나간다

 

얼큰하고 비릿했던 청춘

광폭했던 젊은 날

흔들렸던 중년의 가을

노년의 간이역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허공에 붕 뜬 채

이곳을 내려다보아야

삶이 꿈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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