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갑충(甲蟲) - 전형철

갑충(甲蟲) - 전형철 먼지다듬이벌레가 되고 싶어 한 생을 결딴내는 다른 한 생을 세상의 모든 비명들은 힘이 세고 훔친 책 속에 문장들은 쉬이 발음하기 어렵지 크고 둥근 머리 방패로 기어들고 싶어 불경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고 가면은 늘 화려한 법이지 네가 있어 내가 아니라 내가 있어 오늘이 있지, 내일도 있지 산 것의 밑바닥을 보고 산 것의 모든 주석을 지워 버릴게 살을 녹이고 뼈와 골수를 밀어내 갑주를 입고 턱을 벼렸으니 너의 중심도 쏠아 줄게 가장 아름답고 독한 저주의 말을 남겨 줘 더듬더듬 채록된 비명들로 먼 훗날의 별자리로 어둠의 화인(火印)으로 밤을 관통해 혼자 알을 슬 테니 *시집, 고요가 아니다, 천년의시작 갑골(甲骨) - 전형철 이 문장은 지구의 가장 깊은 곳에서 틔운 뿌리들의 심장이다 ..

한줄 詩 2019.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