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중랑천에서의 일박 - 박형권

중랑천에서의 일박 - 박형권 불판에 올려놓은 대패삼겹살처럼 줄줄 땀이 흘러내리는 여름밤 착한 마누라와 몸 맞대는 것도 더워 돗자리 챙겨들고 천변으로 나갔지요 밤낮을 잊은 나팔꽃 우듬지에서 칠 칠 칠 밤 벌레가 울고 달은 야참을 먹는지 볼록 배가 불렀어요 나도 가져간 캔커피를 따서 목을 축이고 두 날개를 쫙 벌리고 드러누웠어요 흠, 물비린내 좋고 어디서 휙 휙 낚싯대 후리는 소리, 서울이 나하고 정들려 하였어요 그런데 저 건너 아파트 불빛은 왜 저렇게 멀어 보이나요 한여름 달빛처럼 하얗게 알궁둥이 까고 중랑천 찬물에 뛰어들지 못하나요 꼬르륵 꼬르륵 참개구리가 운 것 같고 소쩍새도 운 것 같고 밀양 얼음골도 다녀간 것 같고 꿈꾸기에 따라 무주 구천동인데,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불을 끄더군요 조금은 외로웠지만 ..

한줄 詩 2019.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