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매미로 우화하다 - 김종해

마루안 2019. 7. 28. 19:06



매미로 우화하다 - 김종해



무슨 슬픔으로 살아가더라도
살아 있는 날들이 그대의 낙원이다
매미여, 바라건대
아무 때나 울지 마라
네 삶이 다시 뜨거워질 그때를 기다려라
눈 감고 귀 먹은 채
굼벵이로 살아야 한다
어둠 속 토굴에서 묵언수행 칠 년
눈 떠 보니 세상은 온통 허공뿐이구나
깨닫고 보니 세상은 캄캄절벽
그런 세상 알면서 팽생을 기다렸다
세상의 그늘에다 허물을 벗고
오늘은 햇빛 하늘로
마지막 삶의 일주일 산보 나간다
오늘을 네 삶의 천년으로 생각하라



*시집, 모두 허공이야, 북레시피








호스피스 병동 - 김종해



며칠 후면
한 사람이 하늘로 떠날 것이다
먼저 떠나는 사람과
남아 있는 사람
지상의 대합실은 슬픔으로 붐빈다
아무도 모르는 그곳
별보다 더 멀리
영원보다 더 오랜 곳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가고 또 가도 채워지지 않는 그곳
마지막 이별의 슬픔은
언제나 남아 있는 자의 몫이다
며칠 후면 이곳에
또 다른 사람이 와서
하늘로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