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울림을 주는 좋은 책을 읽었다. 문장에 글쓴이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는 할 수 없어도 어느 정도 정체성을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럴 듯하게 인생을 꾸며낼 능력이 있는 작가들은 더할 것이다. 그걸 감안하고 읽어도 이 책은 감동적이다. 내가 집에 대한 생각이 유난히 애틋하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누가 지은 건지는 몰라도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소박한 문장을 좋아한다. 집을 편안한 보금자리로 여기는 것보다 시장 값어치로의 판단이 앞서는 시대이기에 이 책의 울림은 더욱 크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작가 하재영은 어릴 적 집에 대한 추억으로 시작한다. 나도 어릴 적 살았던 집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집 도면을 뚝딱 그릴 수 있을 만큼 뚜렷하다. 마당 모퉁이에 장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