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 조수경

마루안 2021. 2. 16. 22:07

 

 

 

작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드디어 읽었다. 집콕을 한 설날 연휴 덕이다. 소설을 거의 안 읽는 편인데도 이 소설은 발간 소식을 듣고 바로 목록에 올렸다. 소제가 조력자살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부터 안락사를 적극 지지한다.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느낄 수 없을 때 안락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서우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학교를 자퇴하고 방안에 갖혀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모든 사람에게 완전히 말문을 닫아 버렸는데 오직 엄마와만 최소한의 소통을 한다.

 

그것도 휴대폰 문자로만이다. 아버지도 자기 때문에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더욱 방안에서 나오기를 거부한다. 그가 매일 탐색하는 일은 어떻게 죽을까이다. 드디어 한국에도 죽음을 도와주는 센터가 생겼다. 이제는 안락사를 원해 스위스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엄마와의 긴 실랑이 끝에 6개월 한정으로 센터에 입소한다. 센터에는 죽기 위해 온 사람들이 여럿이다. 이곳에 들어왔다고 당장 죽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엄격한 규정에 의해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이곳에서도 서우는 말문을 닫고 산다.

 

룸메이트 김태한을 통해 서서히 센터 생활에 적응하며 사람들을 알게 된다. 이곳에 온 사연도 가지가지다. 평생 예뻐지기 위해 성형을 하다 그 후유증으로 추하게 죽기 싫어 온 사람도 있다.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사연도 있긴 하지만 소설이란 걸 감안하고 읽었다.

 

히키코모리가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 마음이 열린다.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여자도 만났으나 그녀 또한 희망 고문을 남기고 먼 곳으로 떠난다. 몇 달 간의 센터 생활에서 몇은 죽고 몇은 마음이 변해 퇴소를 한다. 드디어 서우 차례가 되었다.

 

<장례 파티는 생략하기로 했다. 배웅 없이 혼자 가겠다고 했다. 가족에게는 내가 떠난 뒤에 연락하라고 요청해뒀다. 오래전에 써둔 유언장을 조금 수정했다. 옷을 갈아입히지도, 염을 하지도 말고 그냥 화장해달라는 말은 그대로 두었다>.

 

임종실에 들어가 눕는다. 그토록 원했던 죽음이다. 이제 의사가 준 약을 삼키기만 하면 된다. 약을 먹는다. 고통 없이 잠을 자듯 죽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주마등처럼 온갖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짧았지만 보통의 삶 비슷한 걸 경험하고 가는구나. 이것이 나의 가장 깊고 진한 생이구나. 몸이 저 바닥으로 푹신하게 가라앉는 동시에 점점 가볍게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 풍경이 점점 흐려졌다. 시야가 좁아졌다. 하얗게 잠이....,>

 

이후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맥이 풀릴까 참는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더욱 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