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425

남자들의 방 - 황유나

출판사 오월의 봄에서 좋은 책을 냈다. 이라는 이색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문제작이다. 누구도 건들고 싶지 않은 남자들의 유흥 세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 예전에 뉴스에 오르내렸던 버닝썬과 아레나에서 어떻게 남자들만의 세계가 펼쳐지는지도 세세하게 알려준다. 유흥업소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고 할까. ​ 사람이 밥만을 먹고 살 수 없어서인지 한국의 유흥업소는 코로나가 창궐하는 중에도 늘 성업 중이었다. 그런 곳이 코로나 감염의 온상이 되어 뉴스에 나오기도 했듯이 말이다. ​ 유명한 클럽일수록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말 그대로 돈이 될 만한 남자가 아니면 입장이 거부된다. 돈만 있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을 흐리지 않을 사람이어야 한다. ​ 여자를 공짜로 입장시키는 것도 어장관리 차원이다. 남..

네줄 冊 2022.08.17

보이스 캐처 - 조셉 터로우

내 목소리가 대기업의 영업에 이용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 책은 아마존, 애플, 구글 등에서 내 목소리 정보를 가지고 다양한 마케팅에 이용되고 있는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 나는 스마트폰 시대에도 비교적 아날로그로 살고 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이 아날로그 정서가 더욱 도움이 된다. 굳이 스마트폰 기능을 완전 이해할 필요도 없다. ​ 모바일 뱅킹이나 몇 가지 쇼핑몰 이용할 때 그리고 지인과 카톡 주고 받을 때 빼고는 스마트폰은 예전 전화기와 진배 없다. 여기서 더 진화할 생각도 별로 없다. ​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아니면 불편을 즐기면서 살 요량으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으니까. 그렇더라도 이 책을 읽고 느낀 바가 많다. 세상과 더불어 살아 가는 이상 내 목소리를 누군가가 수집하고 있다. ..

네줄 冊 2022.08.16

가을 근방 가재골 - 홍신선 시집

요즘 홍신선 시집에 푹 빠져 지냈다. 워낙 이 시인이 서정성 짙은 시를 쓰기도 하지만 곧 팔순에 접어들 나이가 되어선지 세상을 달관한 듯한 싯구가 인상적이다. 이 시인은 나이 들수록 나와 궁합이 잘 맞는다. 예전에 읽은 젊을 적 시보다 근래에 발표한 시가 훨씬 공감이 간다. 왜 팔팔할 때 시가 아닌 노년의 싯구에 마음이 가는 것일까. 어쩌면 슬픔을 관조하는 각도가 달라져서일 것이다. 내가 푹 빠진 제목처럼 늦가을 오후의 햇살같이 점점 사그러지는 노년의 일상이 은은하게 가슴에 파고든다. 어느 것이 본래면목인가 - 홍신선 갇힌 방 창턱에 두 손 포개 올린 채 넋 놓고 내다보는 초겨울 빗속 이즘 김장밭 무 밑드는 소리에 귀도 깨진 환히 살 마른 늙정이 초개(草芥) 하나 빗발들 사타구니에 고개 쑤셔 박은 채 서..

네줄 冊 2022.08.09

구석이 좋을 때 - 황현중 시집

숨어 있는 시집 하나를 발견했다. 서점엘 가도 흔히 메이저라 불리는 시집 전문 출판사에서 나온 시집 위주로 진열이 된다. 당연 독자들 눈에는 이런 시집이 먼저 보일 것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무명 시인에게 눈길이 간다. 서점에서도 맨 앞자리에 있는 시집보다 모서리 한쪽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명 시집을 들춰보려고 노력한다. 이 시집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라는 제목 또한 마음에 든다. 나도 50대가 저물어 가면서 슬슬 구석이 좋아진다. 구석에 있어도 이렇게 향기를 품은 시집은 발견되기 마련이다. 시인의 약력을 보고 더욱 시에 몰입하게 되었다. 황현중은 시인은 청년 시절 학업을 중단하고 노가다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하다 우체국에 들어가 30여 년을 근무했다. 2015년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문학..

네줄 冊 2022.08.03

보리밥 그릇에 사람이 있네 - 오창근

좋은 산문집 하나를 읽었다. 오창근이 쓴 다. 유명 작가는 아니다. 작가라기보다 교육자라고 해야겠다. 대학 졸업 후 학원 강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강사를 10년쯤 하다 몇 개의 직업을 거쳤다. 책을 읽는 내내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과 비슷할까 하는 대목이 수두룩해서 놀랐다. 베스트 셀러 같은 유명 책보다 숨어 있는 책을 발굴해 읽는 것이 내 책읽기의 목적이기에 그걸 제대로 달성한 것 같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어디 여행 갔더니 풍경이 너무 좋았다. 맛집 가서 맛난 것을 먹고 행복했다는 등 흔히 수필집에 나오는 일상이 이 책에는 없다. 부모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자신이 겪어온 날의 단상을 담담히 서술한다. 그 안에 쌍둥이처럼 내 가족의 삶과 내력이 들어 있다. 작가는 8남매 중 일곱 번째인데 여..

네줄 冊 2022.07.29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버릇 - 이명선 시집

시를 읽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집이다. 첫 시부터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집이 넘쳐 나는 시대에 이런 시라면 얼마든지 읽어줄 수 있을 텐데,, 은 이명선의 첫 시집이다. 누구든 그러겠지만 첫 시집을 낸 시인의 마음은 얼마나 두근거릴 것인가. 시집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문장 완성하기 위해 참으로 긴 날들을 지새웠을 것이다. 싯구 곳곳에서 그걸 저절로 느끼게 했다. 이렇게 시를 잘 쓰는 사람을 만나면 부러움과 함께 묘한 질투심이 생긴다. 내가 시를 쓴 적은 없지만 참 오랜 기간 시를 읽었다. 해서 어떤 시집이든 몇 줄 읽으면 바로 느낌이 온다. 시를 잘 쓰는지, 억지로 쥐어 짰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쓴 시인지까지 읽어낼 수 있다. 물론 틀린 예감일 수 있겠으나 적어도 한 ..

네줄 冊 2022.07.19

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 - 박판식

얼마전 출근 길에 지하철을 탔다가 다음 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을 듣고서야 반대 방향임을 알았다. 아차! 오랜 기간 다녔던 전 직장의 출근길이 몸에서 완전히 빠지지 않은 탓이다. 습관은 이렇게 무섭다. 다행히 다음 역 승강장이 양쪽으로 나뉘지 않고 가운데 있어서 바로 갈아 탈 수 있었다. 몇 분 사이 잠깐의 한숨과 잠시의 안도가 교차했다. 그래도 만원 출근길의 고단함보다 잠깐의 어긋남이 금방 수습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귀가 맞지 않는 문처럼 늘 삐걱대는 내 인생은 다음 역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늘 괜찮은 시집 하나 언급하련다. 박판식의 시집 이다. 제목에 딱 꽂히기도 했지만 내용이 좋은 시로 가득하다. 온 세계가 그물망처럼 연결 된 인터넷 세상이라 조금만 검색하면 건강 정보든, 재테크 정보든 온갖 정..

네줄 冊 2022.07.07

깻잎 투쟁기 - 우춘희

예전에 제주 둘레길을 걸은 적이 있다. 근 8개월 동안 다섯 번에 걸쳐 며칠씩 걸어 둘레길 완주를 했다. 제주까지는 비행기였지만 이후는 무조건 대중교통을 이용해 둘레길을 걸었다. 그때 길에서 만난 제주의 농작물 밭을 수없이 봤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말을 걸어 봐서가 아니라 외모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시종 자기들 말로 웃고 떠들면서 일을 했지만 그들의 노동이 안쓰럽기도 했다. 누구는 저렇게 뙤약볕에서 고된 일을 하는데 나는 한가하게 둘레길을 걷고 있다는 미안함도 들었다. 이 책은 우춘희 선생이 두 달간 실제 깻잎을 따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한 경험을 쓴 것이다. 유독 캄보디아 사람들이 깻잎 농장에 많이 일한다고 한다. 어디 깻잎 농장뿐이던가. 시골 농부들 말에 의하면 외국인..

네줄 冊 2022.06.26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 하상만

하상만 시인이 새 시집을 냈다. 출판사 걷는사람에서 좋은 시집을 많이 낸다. 여기서 나온 시집은 어느 정도 품질(?)이 보증되기에 한 권도 빼지 않고 들춰본다. 그렇다고 모든 시집을 끝까지 읽는 것은 아니다. 몇 쪽 들추다 만 시집이 더 많다. 코드가 맞는 시인은 한 두 편만 읽어도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나의 시집 구입 방식은 출판사 평만 믿고 덮어 놓고 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서점에 나가 실물을 보고 산다. 이 시집도 그 중의 하나다. 이 책 는 하상만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전의 시집을 읽었으나 그리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이번 시집에서 완전 빨려 들었다. 시가 완전 물이 올랐다고 해야 하나? 이래서 그 시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권의 시집을 내 이후라고 생각한다. 하상만 시인은 고등..

네줄 冊 2022.06.21

불량 판결문 - 최정규

나는 직업 뒤에 사師,士,事)자가 들어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의사, 변호사, 판사 등 사회적으로 저명 인사에 속하는 사들을 싫어 한다. 예전에 지인의 소개로 변호사를 소개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법률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사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처음 마주쳤을 때 좋은 인상을 받았으나 변호사라는 소개에 호기심이 뚝 떨어진다. 아니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말이 더 맞겠다. 시험 잘 치는 그 좋은 머리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욹어 먹었을까. 이 생각을 했다. 나는 처세술이라 할 수 있는 인맥 찾기가 늘 이런 식이다. 알아 놓으면 나중 도움 받을 수 있겠구나 그런 거 자체가 없다. 물론 변호사 출신으로 가난한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거나 활동가로 일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네줄 冊 202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