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으로 소득이 준 사람이 여럿인 세상이다. 안 그래도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가 가장 불황이고 살기 어렵다고 하는데 정말 징글징글한 바이러스다. 그런 사람에 비하면 나는 비교적 선방이다. 소득이 약간 줄긴 했어도 돈 쓸 일이 줄어든 탓에 소득 감소를 못 느낀다.
길을 가다 보면 사은품 가방을 든 아줌마들이 투자설명회 장소를 안내할 때가 있다. 공짜 좋아하다 코 꿰기 싫어 사양하고 지나치지만 길 가 작은 탁자에 놓인 일회용 물티슈가 붙은 전단지를 집어 온 적은 있다.
오피스텔이 들어서는데 수익이 쏠쏠한 투자처란다. 삐딱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렇게 수익이 좋은 알짜 투자라면 모르는 사람에게 권할 게 아니라 형제자매나 친지들에게 권하지 일면식도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기회를 주냐는 거다.
이 책에도 비슷한 일화가 나오지만 평소에 나는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생각으로 산다. 그래서 주식 투자도 안 하고 복권 같은 것을 사 본 적도 없다. 오직 쉼 없이 일을 하면서 살았다. 예전에는 없던 단어 워라벨과는 거리가 있는 노동자지만 큰 불만 없이 살아 왔다.
그래서일까. 재테크 책보다 나는 이런 책이 좋다. 저자 황세원은 <노동in연구소> 대표로 있다. 글을 참 잘 쓴다. 전달력과 가독성 있는 문장이라 아주 술술 읽힌다. 희망고문에 그칠지라도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글들이다. 요지는 이렇다.
정규직, 비정규직 나눠서 차별하는 딱딱한 노동이 아닌 유연하 근무 시간, 휴직, 일시적 퇴직 등 말랑말랑 노동 환경이 필요하다는 거다. 코로나로 인해 줄줄이 바닥으로 떨어진 산업이 있는 반면 때문에 새롭게 뜨는 산업도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플랫폼 노동자라는 말이 있기나 했는가. 그 직종 또한 양질의 직장이 많진 않으나 잘만 파고들면 말랑말랑한 노동 환경에서 일 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하찮은 일은 정규직이 해야 한다는 글에 공감한다.
현재로서 엘리트가 독점하는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다르게 살아도 잘 살 수 있다면 오직 일에만 파묻혀 사는 일 짐승은 면할 수 있다. 기본 노동권조차 보장 받지 못하고 일하다 죽는 사회에서 읽어 볼 만한 좋은 책이다.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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