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425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목수정

읽어야지 하면서 마음만 먹다가 놓친 책이 많다. 나중 인연이 되어 손에 잡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뒤로 밀려나 잊혀지고 만다. 목수정의 책이 그럴 뻔했다. 목록에는 올라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기회가 닿지 않았다. 뒤늦게 작정하고 읽었다. 이 책과 더불어 , 를 연달아 읽었다. 최근 이토록 한 작가의 글에 몰입해서 읽은 기억이 있던가 싶게 푹 빠졌다. 일단 그의 책은 흥미롭게 술술 읽힌다. 똑 부러지게 야무진 글이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묘한 끌림이 있다. 이전에 몇 번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에 실린 그녀의 칼럼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냥 지나쳤는데 이제보니 그녀였다. 세 권 다 흥미롭게 읽었으나 감상 후기는 으로 정했다. 나는 이렇게 도발적인 제목이 좋다. 책 제목만 도발적인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 또한 도..

네줄 冊 2014.01.17

인생의 낮잠 - 후지와라 신야

한때 자나 깨나 여행을 꿈꾸면서 가슴에 담고 살던 작가들이 있었다. 한국 산천을 떠돌며 유수의 문장을 남긴 법정 스님과 후지와라 신야의 글을 읽으며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세상 곳곳을 떠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바람처럼 떠돌기만 했을 뿐 마음 먹었던 장소를 못가고 말았다. 지금은 꼭 멀리 가야 여행이냐는 위로를 하며 산다. 맞다. 여행이란 꼭 무거운 배낭 메고 비행기로 떠나는 것만은 아니다. 시내 버스 타고 낯선 동네를 서성거리는 것도 여행이고 내가 사는 마을 골목길을 걷는 것도 여행이다. 오래 살았던 동네지만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 저런 장소가 있었지? 내가 예전에 지날 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저 가게는 어느새 간판이 바꼈군. 내가 비디오를 열심히 빌렸던 대여점 가게 주인은 ..

네줄 冊 2013.03.20

내면 산책자의 시간 - 김명인

김명인 선생의 책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그가 쓴 책을 전부 읽은 것은 아니다. 그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이라는 책이었다. 제목도 좋았지만 그동안 몰랐던 사람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10년도 훨씬 전이지만 당시의 느낌은 사회과학적인 소양으로 잘 다져진 신념과 가슴에 맺힌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다. 참 치밀하게 글을 쓰는구나 이런 생각도 했다. 어쨌든 그 책으로 김명인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이후 을 읽고 지식인으로 인정을 했다. 나만의 일방적인 인정이지만 나는 그를 마음의 스승으로 가슴에 품었다. 먼 곳으로 떠돌면서 잊고 살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내가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렸던 런던에서 그가 6개월을 머물렀다는 것이다. 나는 딱 10 년째 매일 아침 런던 워털루 역에서 내려 ..

네줄 冊 2013.03.10

발칙한 진화론 - 로빈 던바

내가 누구인가를 고민해본 적이 있었나? 학창 시절 다소 염세적인 정서 때문에 친구들에게 땡초로 불리며 짓궂은 놀림을 받기는 했으나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세상은 나의 하찮은 고민과는 상관 없이 지금도 잘 돌아가니 말이다. 내가 누굴 닮았는지는 커가면서 알았다. 큰형은 아버질 닮았고 막내는 어머닐 닮은 것이다. 나는 어머닐 닮은 게 늘 불만이었다. 조상이 원숭이였다는 진화론과는 별개로 어릴 적에는 내 이름도 마음에 안 들었고 어머니 닮은 것이 불만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은 언듯 진화론에 관한 책처럼 여겨지나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다. 이색적인 제목처럼 읽다보면 저자의 생각이 무척 흥미롭다. 저자의 의견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지나쳤던 것들을 돌아보게 했고 연관 도서..

네줄 冊 2013.03.03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 - 임영태

소설은 잘 안 읽는 내가 임영태 소설은 꼭 읽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그가 살아온 이력이나 문체에서 외로움 같은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은 쓸쓸하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남의 이야기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 이야기다. 자전적인 배경도 조금 들어간 듯하다. 아내를 잃고 혼자 반지하 방에 작업실 겸 주거를 함께 하는 공간에서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중년 남자의 일상이 쓸쓸하게 펼쳐진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연민을 일으킨다거나 궁하게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도시 변두리로 돌아왔지만 예전에 여럿 개를 기르며 아내와 함께 했던 시골생활을 돌아보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내가 죽기 전에 기르던 진돗개 이야기에서 옛 기억을 떠올렸다. 작가의 실제 아내인 이서인 시인의 시집에 나오던 ..

네줄 冊 2013.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