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425

언약, 아름다웠다 - 김윤배 시집

뒤늦게 김윤배 시인의 시에 푹 빠졌다. 시인은 해방 되기 전인 1944년에 태어났으니 원로 시인 중에도 맏형 격이다. 2년 전에 시집을 냈는데 이번에 새로운 시집 가 현대시학에서 나왔다. 등단 40년이 다 되어 가는 김윤배 시인은 이번이 몇 번째 시집일까. 세어 보지는 않았으나 열 권은 넘고 스무 권은 안 된다. 나는 김윤배 시집을 몇 권이나 읽었을까. 다섯 권은 넘고 열 권은 안 된다. 그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몇 년전부터 이 사람 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착하게 살아 온 인생과 곱게 늙은 노년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엄마 젖을 빨다 밥을 먹었으나 그 시절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속담 의미와 상관 없이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 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

네줄 冊 2021.02.10

나는 불타고 있다 - 손석호 시집

보름이 지났으니 이미 작년이다.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몇 권의 시집을 주문했다. 망할 놈의 코로나가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기승이다. 일찌감치 연말연시를 집콕으로 보낼 요량이었는데 이럴 때는 책이 최고다. 더울 때나 추울 때 책 만한 도피처가 있던가. 평소 매일을 새날이라 여기며 살기에 새해를 특별히 기념할 것도 없다. 달콤한 케이크 대신 있는 듯 없는 듯 소박하게 연말을 보내면서 틈틈히 시집을 읽을 수 있는 것이 큰 행복이다. 이번엔 제대로 골랐을라나. 모처럼 나와 딱 맞는 시인 하나를 만났다. 시집 는 손석호의 첫 시집이다. 이 사람의 시를 읽자마자 면도날에 손을 벤 것처럼 싯구가 섬뜩하게 가슴을 훑었다.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분명 손가락 어딘가를 베긴 했는데 피는 나오지 않는다. 작은 통증을 ..

네줄 冊 2021.02.09

아무 눈물이나 틀어줘 - 김태완 시집

김태완의 시는 처음 읽는다. 이 시집은 그의 네 번째 시집이다. 12년 전에 세 번째 시집을 냈다고 하나 나의 그물망에는 걸리지 않은 시집이다. 네 번째 시집에서 뒤늦게 이 시인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시가 참 좋다. 밑도 끝도 없이 좋다? 그런 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더구나 시집을 공짜로 얻어 읽은 지인이라면 그 정도의 말부조는 해줘야 한다. 시인과 일면식도 없기에 내 돈 주고 사서 읽은 나는 그런 하나마나한 말부조를 할 필요가 없다. 김태완의 시는 묘한 여운이 남는 시라는 것, 그리고 시집 열심히 찾아 읽는 내가 열 권 읽어서 한 권 남는 시집 중에 하나라는 것, 이 정도는 된다. 게으름 중에도 시집 소식은 비교적 챙기는 편이라 유명 출판사에서 나오는 신간 시집은 서점에 갈 때마다 꼬박꼬박 들춰..

네줄 冊 2021.02.08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 - 비 존슨

살면서 쓰레기 없는 생활이 가능할까. 는 쓰레기 완전 제로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안 나오게 하는 삶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번 내 삶을 돌아보면서 반성을 했다. 무슨 재주로 쓰레기 안 나오는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일찍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나지만 쓰레기 없는 삶을 살 자신은 없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쓰레기가 많이 줄어든 것은 맞다. 앞으로 적극적 실행으로 더 검소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이 책은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삶을 통해 환경보호에 대한 수많은 선입견을 무너뜨려 온 이라는 미국 여성이 쓴 이야기다.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쓰레기 없는 삶을 실천했는데 이 작가가 의지가 대단하다. 그 결과는 였다. 깊이 공감한다. 나도 ..

네줄 冊 2021.02.05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 - 강신호

내 삶을 반성하게 하는 좋은 책을 읽었다. 나름 기후 변화를 걱정하며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각성하게 되었다. 이런 책은 외국책을 번역한 것이 많은데 강신호 선생이 참 좋은 책을 썼다. 몇 군데 화학 용어 때문에 전문적 지식이 필요할 것 같지만 어렵지 않게 읽혔다. 플라스틱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연구 덕이다. 어떻게 플라스틱이 활용되었고 그 결과 넘쳐나는 프라스틱 공해를 벗어나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누구나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알고 있으나 줄이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제부터라도 플라스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플라스틱 재활용이 어려운지 왜 태우면 안 되는지 왜 자연에 버리면 안 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결론은 누군가 ..

네줄 冊 2021.02.03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 오찬호

사회학자 오찬호의 책은 몇 권 읽었으나 후기를 쓰는 건 처음이다. 노량진 고시촌의 현상을 말하거나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시대의 암울함을 지적하는 책은 참 많이도 공감이 갔다. 그의 책은 읽고 나면 씁쓸하지만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모두들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꼭 짚고 넘어갈 대목을 지적한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책이 읽으면 불편하다고 했다. 이 책에도 부제목으로 그걸 언급하고 있는데 나는 그래서 그의 글이 좋다. 구구절절 공감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줄이거나 짧은 걸 좋아해서인지 잠깐만 한눈 팔다 돌아오면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 수두룩하다. 초성체로만 된 문장이나 줄임말의 뜻을 알기 위해 한글 공부를 새로 해야 할 판이다. 요즘의 SNS는 짧고 달달한 글이 유행이다. 그런 시대에 오찬..

네줄 冊 2021.02.02

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다 - 유영규 외 4인

좋은 책을 읽었다. 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죽을 권리에 관해 쓴 책이다. 저자는 5명이다. 몇 년 전 서울신문에서 라는 특집 기사를 모태로 한 내용에다 추가 취재를 보태 책으로 나왔다. 안락사를 허용하는 스위스로 가서 죽음을 맞았다는 기사를 종종 본다. 이 책 앞부분에 지은이들이 직접 스위스까지 날아가 취재한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이 책은 죽을 권리를 말하면서 네 가지의 존엄사를 언급한다. 첫째가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말 그대로 존엄사고 둘째가 소극적 안락사, 세 번째가 적극적 안락사, 네 번째가 조력자살이다. 나는 적극적 안락사와 조력자살을 적극 지지한다. 적극적 안락사란 말기 환자나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영양 공급이나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행동을 넘어 의사 등 타인이 치명적인 약을 ..

네줄 冊 2021.01.30

진실에 복무하다, 리영희 평전 - 권태선

자서전이나 평전을 잘 읽지 않으나 때론 예외가 있다. 리영희 평전인 를 작년 말부터 읽기 시작해 근 두 달 만에 마지막 장을 덮는다. 두 번 연속 읽었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일은 극히 드물다.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리영희 선생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북괴라 부르고 중국을 중공이라 부르던 시절부터 그의 책을 읽었다. 오래 전 그의 자전적 에세이 을 읽고 선생이 살아온 삶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았다. 한 사람의 인생 역정 속에서 이렇게 떨림과 울림을 주는 책이 있었던가. 그 감동을 나누고 싶어 몇 권 더 구입해서 지인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 리영희, 당시 선생의 책에는 이영희(李泳禧)로 표기했다. 예전 두음법칙이 실행되기 전인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는 리승만이었다. 두..

네줄 冊 2021.01.29

원더우면 윤채선 - 피재현 시집

피재현은 이 시집으로 처음 접한 시인이다. 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 이 책이 피재현의 두 번째 시집이다. 세상은 넓고 시인은 많다. 어느 책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지만 자주 써먹는 나의 표현 문구다. 출판사 걷는사람에서 좋은 시집을 많이 낸다. 먹이 잘 주는 사람에게 꼬리를 살랑거리는 개처럼 나도 한 번 믿음이 가면 자꾸 입을 벌린다. 이 출판사가 그렇다. 이 정도의 시집이라면 앞으로도 쭉 침을 흘리며 꼬리를 살랑거릴 수 있겠다. 이 시집은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바치는 헌사다. 아마도 시인의 어머니가 윤채선 여사인 듯하다.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바로 어머니도 병석에 눕는다. 평생 남편을 원망하며 살았건만 막상 혼자가 되니 상심이 컸던지 바로 건강이 무너졌다. 남편 빈 자리에 대한 상..

네줄 冊 2021.01.27

감히 슬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여태천 시집

여태천 시인이 네 번째 시집을 냈다. 2000년에 등단해서 20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을 냈으니 비교적 과작인 셈이다. 언제부턴가 이 시인의 시를 꾸준히 읽었다. 나와 코드가 맞는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시인의 시집을 관심 있게 읽었지만 독서 후기에 언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때밀이가 손님의 몸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밀듯이 시집을 꼼꼼하게 읽었다. 첫 시부터 마지막까지 배치된 행렬에서 시인의 의도를 감지할 수 있다. 시인의 시집 배열을 보면 꽤나 과학적(?)이다. 꼬인 실타래 풀듯이 읽어야 하는 마구잡이 배열이 아닌 치밀한 계산 하에 시집이 구성되었다. 야구를 삶에 빗댄 그의 이전 시집 에서부터 그 생각이 들었다. 하긴 야구만큼 과학적인 스포츠가 있던가. 구원으로 나온 왼손잡이 투수의 공 하나에 포수 싸인과..

네줄 冊 2021.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