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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 안티고네 - 유종호

한국 문단에는 이름이 헷갈리는 평론가 두 사람이 있다. 유종호와 유성호다. 세상엔 동명이인도 부지기수지만 비슷한 이름이 하필 좁은 평론계여서 더욱 그렇다. 이 책도 저자가 헷갈렸다. 그렇다고 게으른 내가 두 사람의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다. 이 책은 팔순을 훨씬 넘긴 유종호 선생의 산문집이다. 라는 시론집에 이어 연달아 읽었다. 어떤 책으로 후기를 남길까 하다 그래도 이 책이 조금 더 인상적이다. 80년 넘는 한 사람의 인생이 딱 초가을의 맨드라미 빛깔이다. 누구의 인생인들 곡절이 없겠느냐만 그런대로 겸손하게 나이 먹은 한 지식인의 아름다운 인생이 담겨 있다. 한편으로 이런 책을 읽으면 나는 공연한 트집을 잡고 싶다. 문맹율이 90%에 가까웠던 당시에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행운을 잘 모른다는 것..

네줄 冊 2019.07.22

당신과 그런 당신은 - 서화성

당신과 그런 당신은 - 서화성 꽃다운 이팔청춘이 강산처럼 퇴색되어 버린 얼굴 마냥 소녀일거라 믿었던 그런 당신은 가슴에 낙관을 새기듯 당신에게 한 발짝 다가선다 우주보다 더한 용기로 지탱해 온 돌계단에서 체념과 고통과 그 세월 앞에서 버틴 당신이기에 그 시간과 그런 당신은 야야, 야야, 어느 것도 버릴 수 없었던 당신은 샤워를 하듯 눈부시게 쏟아졌다는 지난 날, 굴곡처럼 파인 주름에서 당신을 만났을지 모른다 세월을 비켜선 당신에게 늘 그랬듯 당신은 몇 년째 그런 당신은 그 자리에 있는데 생(生)을 뒤집으면 사(死)가 되는 것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은 잊지 못함을 확인하는 일이다 버릴 수 없기에 사발그릇처럼 반달이 되어버린 당신은 앙상해진 나이지만 그런 당신은 화살처럼 기억되고 한때 아지랑이가 피듯 ..

한줄 詩 2019.07.21

한 열흘 - 한영수

한 열흘 - 한영수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끝나도 좋은가 그럴 때 매미는 운다 가까스로 뛰쳐나온 목소리 아프다, 소리친다 밉다, 외친다 나무껍질을 움켜쥔 여섯 개 발톱의 리듬으로 나야, 정말로 나야 한 열흘 말매미나 되어버릴까 조금 울다 마는 애매미는 싫다 반복은 지루하지, 중얼거리는 것이 습관인 참매미는 싫어 거짓말처럼 화려하게 색소란 색소는 탕진해버릴까 이파리 뒤 내가 만든 세상에서 안 보이는 세상을 붙잡고 밥도 안 먹을 테다 또도 내버려둘 테다 물방울만 삼키고 삼키고 야단법석 그 사랑 하나 완성해버릴까 *시집, 꽃의 좌표, 현대시학 조연 - 한영수 돌 하나가 날아왔다 무엇을 바로 보자는 걸까 왼손 안에 꼭 쥐어졌고 그만한 정도의 침묵이 심장을 눌렀다 처음에는 영화나 보자는 것이었다 장발장으로 오래 익..

한줄 詩 2019.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