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 류정환
상사화 - 류정환 두렷하게 빛나지 않는 일생이라도 한번쯤 혼자 있고 싶은 날 있지. 인적 드문 절집의 뒤뜰이나 반나마 비어버린 산촌 외딴집 마당 한쪽 담담하게 꽃대를 밀어올린 상사화처럼 남의 눈길 의식하지 않고 호젓하게 서서 오래 길을 되짚어보고 싶은 날. 내 삶을 푸르게 떠받쳐 주리라는 세속의 열망도 가볍고 가벼워서 무성한 피붙이들,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라, 일찌감치 봄바람에 전하고는 말간 얼굴로 홀가분하게 느릿느릿 한철 나고 싶은 날 있지. *시집, 상처를 만지다, 고두미 막걸리 사설(辭說) - 류정환 누구나 지나온 내력 늘어놓자면 한이 없을 테지만 내 애기도 소설 한 권으로 모자라지. 인생지사 새옹지마란 말이 맞기는 맞는가, 팔자소관이 있기는 있는가, 이런 탁주 세상을 다시 만날 줄 누가 알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