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앞에서 - 최준 -나 없는 세상에 던진다 길게 고민해 볼 가치도 없다 삶이란 길 건너기와 다름아닌 것 오, 하지만 한 마리 날벌레가 천만 번 날갯짓 쳐 이승의 푸른 강둑에 안착하는 일 생각하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 쳐다보는 눈의 알은 얼마나 큰 獨善으로 반짝이는지 길 건너는 법을 마스터한 모든 짐승은, 위기감 속에서만 비로소 짐승다워진다는 사실을, 마스터하고부터 나는 마스터베이션을 배웠다 뒤늦게 自慰를 알았던 것이다 法道 속에서 소멸한 순수 양심의 아버지인 내 안의 아들아 어떡하면 이 사회가 제 환부를 제 손으로 도려내어 아픈 너 아픈 너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겠느냐 대답해 다오 생각이 길면 뒤쳐진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나는 놓친 것이다 한순간 헛생각이 몸을 붙들어 놓는 통에 진즉 건너야 마땅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