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강마을 우체통 - 김장호

마루안 2019. 7. 22. 19:47



강마을 우체통 - 김장호



언제나 그 자리에 붙박여
허기진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이젠 얼굴만 척 봐도 알지
물안개 피는 사연이 오가는 강마을
까치 소리에 창밖을 내다보곤 했지
먹어도 먹어도 헛헛한
기다림은 봉인되지 않는다
오늘도 당신 생각에 마음이 고팠겠지
머잖아 10억 광년의 소식도 올 거야
옛사랑처럼 붉은 꽃노을 바라보다
상의 안주머니에 넣어둔
시월의 편지를 부친다
능소화 핀 자리 참 행복했다고, 고맙다고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목마른 낯빛으로 날 바라본다
채워도 채워도 허허로운
그리움은 봉인되지 않는다
오늘도 당신 생각에 마음이 아팠겠지
그리운 10억 광년의 소식도 올 거야
물안개 피는 사연이 오가는 강마을
저마다 자신만의 향지(香紙)에
못 다한 말, 차마 못한 말
가슴으로 써내려간 사연들이
저 허기진 시간의 강을 건너갈 것이다
옛사랑처럼 가을빛 서러운 저물녘
시월의 편지를 부친다
능소화 진 자리 참 적막했다고, 사무쳤다고



*시집, 소금이 온다, 한국문연








나의 버킷리스트 - 김장호



그날 그때가 오면,
평생 채식하던 나의 투명한 육신은
어느 甲의 눈으로 다시금 눈뜨겠어요
어느 甲의 심장으로 다시금 뛰겠어요
세상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고 닦아주겠지요
세상의 허물을 탓하지 않고 감싸주겠지요


그날 그때가 오면,
평생 채식하던 나의 투명한 육신은
어느 乙의 간으로 다시금 태어나겠어요
어느 乙의 콩팥으로 다시금 살아나겠어요
세상의 독을 마다않고 걸러주겠지요
세상의 노폐물을 마다않고 내보내겠지요


그날 그때가 오면,
설령 생각보다 빨리 온다 해도
어김없이 지체 없이
난 그렇게 해주겠어요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래의 밤 - 이용한  (0) 2019.07.23
어느 범신론자의 고백 - 나호열  (0) 2019.07.22
슬픔은 어처구니없게도 - 오창렬  (0) 2019.07.21
사랑의 신심명 - 이원규  (0) 2019.07.21
당신과 그런 당신은 - 서화성  (0) 2019.07.21